이 논문은 기존의 김춘수 연구에서 충실하게 파악되지 못한 지점을 향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김춘수 문학을 단독으로 연구한 이 논문은 기존 연구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방 직후부터 2004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산출된 김춘수의 시와 시론과 산문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연구의 방법으로는 역설적 이원성의 틀을 제시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시인이 남긴 시와 시론과 산문에서 귀납적으로 추출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김춘수의 문학을 통어할 수 있는 준거인 역설적 이원성은 변증법과 무관하지 않다.
김춘수는 문학 역정의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동안 시종일관 변증법적 방식을 옹호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시인에게 있어서 변증법은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어떤 중추적인 사고의 모델 더 나아가서 하나의 세계관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김춘수의 문학은 ‘역설’의 형태로 제시되는 변증법적 지양의 과정을 통해서, 대립을 보존하면서 초월(통합)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고, 구조주의 이론의 ‘이항 대립’을 넘어서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의 ‘해체’로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김춘수 문학의 성격을 ‘역설적 이원성의 시학’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 논문의 본론에서는 김춘수 문학에 나타나는 역설적 이원성의 다양한 층위와 그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노력했다. 먼저 II장에서는 김춘수의 시론에서 발견되는 역설적 이원성에 주목했다. 시인의 시론에서 추출한 역설적 이원성의 성격은 복합적 실천과 전위적 통합으로 규정했다.
II장 1절에서는 시와 산문이라는 소제목 하에 시와 과학, 예술과 일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르론의 입장을 개진했다. 필자는 시와 산문, 예술과 일상, 문학과 비문학, 시와 물리, 시와 과학 등을 가르는 일련의 이분법적 도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 중에는 김춘수 본인이 발언한 부분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이 시인의 문학과 삶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발언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60년에 육박하는 김춘수의 문학 세계를 통어하는 기제로는 ‘변증법적 지양’의 과정이 보다 타당하다.
II장 2절에서는 동양 정신과 서구 정신이라는 소제목 아래 인생론과 심미의식을 고찰했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인생론’을 추구하는 ‘동양’의 전통과 ‘심미의식’으로 대변되는 ‘서구’의 경향이라는 이원화된 틀로 시를 이해하려는 김춘수의 일관된 논의를 고찰한 바 있다. ‘인생론’과 ‘심미의식’이 각각 ‘윤리학’과 ‘미학’으로 구체화되어 전개되기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춘수는 미학이든 윤리학이든 어느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시적 자세는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모든 시에는 미학적 입장과 윤리학적 입장이 공존하고 있으며, 다만 상대적으로 어떤 입장의 비중이 높은가에 따라서 성향이 갈린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김춘수에게 좋은 시, 이상적인 시의 모델은 동양 정신과 서구 정신이 통합된 시, 인생론과 심미의식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된 시로 파악될 수 있다.
II장 3절에서는 현대시와 두 개의 극이라는 소제목 하에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를 살펴보았다. 김춘수의 일련의 서술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활용하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가 특화된 의미를 띤다는 사실이다. ‘현대시’의 다른 이름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모더니즘’을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라는 표현으로 해석하는 김춘수의 시도는 다소 위태롭게 보이지만, ‘동양 정신’과 ‘서구 정신’의 논의와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김춘수는 좋은 시의 개념을 세우고, 훌륭한 시의 창작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다소 모순적이고 아이러니컬한 상황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전주의’의 협소한 범주에 함몰되는 대신 ‘낭만주의’의 장점을 대승적인 견지(見地)에서 포괄하는 시인의 태도는 역설적 이원성의 시학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III장에서는 김춘수 시의 역설적 이원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서 김춘수 시의 역설적 이원성을 담당하는 두 요소는 ‘현실’과 ‘환상’이다. 시인의 시에서 추출한 역설적 이원성의 성격은 현실과 환상의 호혜적 결속으로 규정했다.
III장 1절에서는 시적 자아의 내적 응전이라는 소제목 아래 ‘체험’이나 ‘생활’ 또는 ‘현실’을 다룬 시편을 다뤘다. 김춘수의 ‘현실’적 요소에 충실한 시들은 시적 자아의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다루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이나 혁명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회역사적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시인의 고민을 형상화했다. 이 논문은 시인의 올바른 시적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 기존의 김춘수 연구사에서 간과되어온 ‘현실’ 관련 시편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김춘수의 시를 “체험적 진실을 머금지 못하고 헛된 관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사례로 보는 견해 곧 “현실과 무관한 위조된 현실, 가공의 낙원”으로 김춘수의 시를 이해하는 의견에 대한 정당한 반론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III장 2절에서는 일상 탈출과 존재론적 한계 극복이라는 소제목 하에 ‘꿈’이나 ‘환상’을 내세운 시편을 검토했다. 이 논문에서 말하는 ‘환상’은 ‘꿈’이라는 어휘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개념이다. 김춘수의 ‘환상’적 요소에 충실한 시들은 일상의 탈출을 추구한다. 이런 시도는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곧 죽음을 넘어서려는 몸짓이 될 수도 있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환상의 개념은 포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하는 ‘꿈’이나 ‘환상’은 현실의 제약이나 존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적 답변이 된다.
III장 3절에서는 ‘예수’와 ‘예술가’를 시적 대상으로 취한 작품을 분석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교차 양상을 살폈다. 곧 ‘현실’과 ‘환상’의 두 요소가 김춘수의 시에서 교차하고 혼효하는 방식을 점검했다. 3절에서는 1절이나 2절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암시되었던 ‘현실’과 ‘환상’의 상호소통이 어떤 가시적인 성과로 발전하는 사례를 고찰했다. 구체적으로 ‘예수’ 시편이나 ‘예술가’ 시편에서 발생하는 ‘현실’과 ‘환상’, ‘일상’과 ‘무한’의 교환을 확인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 중 하나는 이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원성의 층위를 보강하는 일이다. 가령 동양 정신과 서구 정신 또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쌍을 구체적인 시편 속에서 분석하는 일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세계 문학의 지형 속에서 김춘수 문학의 보편성과 고유성을 탐구하는 작업도 의미심장한 차후의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항은 모순에 가까운 실험의식으로 점철된 김춘수의 작업과 끊임없이 추출되는 역설적 이원성의 융합을 위해서 노력했던 그의 모습이다.

In this article, the author strived to approach strategically toward what the existing studies on Kim Chun-soo have not identified substantially. To overcome the problems in existing studies, in principle, this study, which has studied the works of Kim Chun-soo only, has dealt with the poems, the poetics and the proses produced over long period from right after liberation from Japan to 2004 comprehensively. As study method, the framework of paradoxical dualism was used, which was drawn inductively from the poems, the poetics and the proses left by the Poet. In brief, the paradoxical dualism, the criteria to govern the literature of Kim Chun-soo, is not unrelated with the dialectic.
Kim Chun-soo is deemed to have advocated the dialectical manners all the time from the beginning to late period of his career in literature. For the Poet, the dialectic needs to be understood not as a simple philosophical conception or logic but as a certain model of essential thinking and further more, as what refers to world view.
The literature of Kim Chun-soo may be understood as an attempt to supercede(integrate) the confrontation conserving it at the same time through the process of dialectical sublation presented in the form of 'paradox', and connected with the 'deconstruction' of the post-structuralist theories beyond the 'binary opposition' of the structuralist theories. Therefore, we can define the nature of Kim Chun-soo's literature as the poetics of the paradoxical dualism.
In the body of this article, the diverse layers of the paradoxical dualism represented in the literature of Kim Chun-soo and their meanings were intended to identify specifically. First, in Chapter II, the paradoxical dualism found in the poetics of Kim Chun-soo was focused. The nature of paradoxical dualism extracted from poetics of the Poet was defined as the mixed practice and the avant-garde integration.
In the paragraph 1 of Chapter II, the stance of the genre theory, which can be interpreted as the poem and science, and the arts and the daily life was expressed under the subheading of Poems and Proses. The author firmly maintains his stance that there are problems in a series dichotomous distinction, which divides into the poem and the prose, into the arts and the daily life, into the literature and the non-literature, into the poem and the physics, the poem and the science, etc. Among them, what the Kim Chun-soo himself has mentioned are also included significant portions, but it is hard to consider them as a statement encompassing the literature and the life of the Poet comprehensively. Rather, as the mechanism governed the almost 60 years of the world of Poet's literature, the process of 'dialectic sublation' is much more relevant.
In the paragraph 2 of Chapter II, the view of life and the aesthetic consciousness were contemplated under the subheading of Oriental Spirit and Western Spirit. In this article, we have contemplated the consistent arguments of Kim Chun-soo who tried to understand the poem with binary frame of the 'oriental' tradition of pursuing the view of life, and of the 'western' trend represented by aesthetic consciousness. What the 'view of life' and the 'aesthetic consciousness' have been specifically developed into 'the ethics' and 'the aesthetics' is also noticeable. Kim Chun-soo argued that the poetical attitude pursuing the absolute meanings can be dangerous by the fact to select the one either 'aesthetics' or 'ethics'. The poet said that in all the poems, the ethical position and the aesthetic position are coexisted but the position is determined depending on which position is highly weighted. So, for Kim Chun-soo, the model of good poems and ideal poems can be identified by the poems integrated with both the oriental spirits and the western spirit, and the poems dialectically sublated with the view of life and the aesthetic consciousness.
In the paragraph 3 of Chapter II, the romanticism and the classicism were examined under the subheading of Modern Poems and two heights. What we can understand from a series of narrations of Kim Chun-soo is the fact that the romanticism and the classicism used by him took specialized meanings. The attempt of the Kim Chun-soo who interpreted the modernism, which can be understood as other name of modern poem, as 'romanticism' and 'classicism' seems to be somewhat dangerous, but it is interesting in the aspect that the point where the argument on the oriental spirit and western spirit can be grafted is found. Kim Chun-soo is deemed to be ready to accomodate even a little bit contradictory and ironical circumstances if it may be helpful to establish the concept of good poems and to create the great poems. The attitude of the Poet, which encompassed the strengths of the 'romanticism' in the broad point of view instead of being absorbed in narrow category of the 'classicism', is to show the poetics of paradoxical dualism again.
In Chapter III, the paradoxical dualism of the poems of Kim Chun-soo was made as subject for discussion. Here, the two elements in charge of paradoxical dualism of Kim Chun-soo's poems are the reality and the fantasy. The nature of paradoxical dualism extracted from the poems of the Poet was defined as the reciprocal adhesion of reality and fantasy.
In the paragraph 1 of Chapter III, the poems dealt with 'experience', 'living' or 'reality' were handled under the subheading of Internal Response of Poetic Ego. The poems of Kim Chun-soo, which enriched to the 'realistic' element, were dealt with the trivial daily life experiences of the poetic ego, or sometimes projected the agony of the Poet on the social and historical domestic or oversea events or accidents including the wars and the revolutions depending on the cases. This article took the position that the examination on the Poems related to 'reality', which have been overlooked in existing studies on Kim Chun-soo, is required. This is because it will be the fair counter-argument against the view that considered the poems of Kim Chun-soo as the cases "entering into vain notion without embracing experiential truths", that is, the view of understanding the poems of Kim Chun-soo as "the falsified reality unrelated to the reality, and the imaginary paradise".
In the paragraph 2 of Chapter III, the poems put forward the "dream" or "fantasy" were examined under the subheading of Escape from daily life and Overcome ontological limit. The 'fantasy' referred in this article is the concept can be understood as the word "dream". The poems of Kim Chun-soo, which were enriched with fantastic elements, are pursuing the escape from daily life. Such attempt can be the gesture to overcome the human ontological limit, the death. The concept of fantasy used in this article has comprehensive nature. Therefore, the "dream" or "fantasy" discussed here becomes the poetic answer to overcome the restrictions in reality or the limit of existence.
In the paragraph 3 of Chapter III, the patterns of crossing the 'reality' and the 'fantasy' were examined analyzing the works taken "Jesus" and "Artists" as poetic subjects. That is, the manner, which the two elements of 'reality' and 'fantasy' are crossing and mingled up in the poems of Kim Chun-soo, were examined. In the paragraph 3, the cases that the communication between 'reality' and 'fantasy' alluded as one possibility in the paragraph 1 and paragraph 2, is developed into certain visual effects were examined. Specifically, it is observed that it is the exchange between 'reality' and 'fantasy', and between 'daily life' and 'infinite' occurred in the poems of "Jesus" and "Artists".
The one task remained for us is to reinforce the layer of dualism, which cannot be handled in this article. I think that for example, it requires the task analyzing the pairs of oriental spirit and western spirit or the romanticism and the classicism. The task of exploring the universality and the uniqueness of the literature of Kim Chun-soo in the world literature will be the meaningful research task. What we have to remember is the works of Kim Chun-soo, who were riddled with experimental thinking, and his image having strived to diffuse the paradoxical dualism, which was being extracted endlessly.

• I. 서론 1
• 1. 연구사 검토 및 문제 제기 1
• 2. 연구 목적 및 연구 방법 6
• II. 김춘수 시론의 역설적 이원성 : 복합적 실천과 전위적 통합 12
• 1. 시와 산문—시와 과학/예술과 일상 12
• 2. 동양 정신과 서구 정신—인생론과 심미의식 22
• 3. 현대시와 두 개의 극—낭만주의와 고전주의 31
• III. 김춘수 시의 역설적 이원성 : 현실과 환상의 호혜적 결속 46
• 1. 시적 자아의 내적 응전—체험‧생활‧현실 47
• 1) 시인(詩人)의 비극—‘체험’ 시편 47
• 2) 비근한 나날의 편린—‘생활’ 시편 54
• 3) 예술가의 사회참여—‘현실’ 시편 58
• 2. 일상 탈출과 존재론적 한계 극복—‘꿈’ 또는 ‘환상’의 힘 68
• 1) 사물의 꿈—‘일상 탈출’ 시편 69
• 2) 환상을 찾는 여정(旅程)&#8212;‘무의미 시’와 <처용단장> 75
• 3) 존재론적 한계의 극복&#8212;‘죽음’ 시편 94
• 3. 현실과 환상의 교차 99
• 1) 성서(聖書) 밖의 시적 상상&#8212;‘예수’ 시편 100
• 2) 현실과 환상의 균형&#8212;‘예술가’ 시편 107
• IV. 결론 119
• 참고 문헌 127
• 국문 초록 132
• Abstract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