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연주의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그에 대한 논의 역시 안정적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상반된 주장들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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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전남대학교 대학원, 2012
학위논문(박사)-- 전남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2012. 8
2012
한국어
100 판사항(22)
광주
An Experientialist Analysis of the Moral Theories of the Late Chosun Silhak
162 p : 삽도 ; 30 cm.
전남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 최대우
참고문헌 : p.1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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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연주의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그에 대한 논의 역시 안정적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상반된 주장들이 지...
조선후기 실학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연주의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그에 대한 논의 역시 안정적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상반된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연구자들은 실학의 성리학적 유사성에 집중함으로써 진화된 자연주의적 사유방식을 놓치거나, 그 반대로 주기적ㆍ경험적 성격을 부각시키려다 모습만 바꾼 채 여전히 존재하는 초월적 구도를 배제시키는 편향된 결론을 도출해왔다. 실학에 대한 포괄적 접근의 실패는 ‘진화된 자연주의적 사유가 어떤 구조적 난점에 부딪혔는지’에 대한 경험적 탐색과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유학으로서의 실학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논문의 주된 목적은 조선후기 실학이 유학의 실용주의적 전환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초월의 영역에 모든 존재와 인식, 가치의 객관적 토대를 가정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사유에 갇히게 되었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체험주의적 관점에서 조선후기 실학이 거뒀던 경험적ㆍ실증적 차원의 성과들이 과연 초월의 절대화를 포기한 자연주의적 사유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는지를 반성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이 논문이 분석적 도구로 선택한 체험주의는 인지과학의 경험과학적 성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종(種)으로서의 인간’이 갖는 경험의 본성과 구조에 대한 새로운 해명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해명은 복합적 성격의 실학적 도덕 이론에 대한 포괄적 탐색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접근은 또 다른 측면으로 “지금 우리는 유학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진지한 답변을 마련하는 일이며, 경험적으로 안정된 탈초월적인 정당화의 방식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유형원, 이익, 정약용, 최한기를 중심으로 검토한 조선후기 실학의 도덕 이론에 대한 체험주의적 해명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실학의 철학적 구도는 자연주의적 사유와 그것을 제약하는 초월적 실체의 대립적 양립이다. 실학의 초월적 존재의 가정은 자연주의적 사유의 진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에서 실학의 정체성마저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실학이 모든 합리성의 원천으로 초월적 존재를 가정함으로써 여전히 성리학적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함축한다. 그렇게 가정된 초월의 실체는 객관의 근거로 우리의 삶 전반을 재단하고 통제하며, 그것을 벗어난 이해와 경험은 모두 ‘그른 것’, 혹은 ‘나쁜 것’으로 배척된다. 그러나 초월의 실체는 실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를 넘어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신체적ㆍ물리적 경험에 근거를 두고 확장된 사유의 산물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초월적 실체의 뿌리는 ‘몸’이다. 이는 실학에서 공통적으로 가정되는 초월적 실체가 개인의 신체적ㆍ물리적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상상된 보편’일 뿐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삶이 불안하고 두려운 만큼이나 ‘절대적 객관성’은 우리에게 더없이 매혹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모든 사적 의지를 억누르는 재앙이다.
둘째, 실학은 분명 ‘초월에서 초월로’의 방향이 아니라, ‘초월에서 경험으로’ 향하고 있다. 실학은 형이상학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끝내 온전한 실용주의적 전환을 이루어 내지는 못했지만, 자연주의적 사유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철학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조선시대 전반을 장악했던 ‘리’ 개념은 그들의 강한 반성으로 점차 쇠락해갔고, 경전절대주의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도덕학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과학적 신뢰를 기반으로 축적해 간 경험 지식은 명분 찾기에 골몰하는 일 대신 실용적 합리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인간의 신체적ㆍ물리적 지각 조건을 되돌아보고 탐색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조선후기 실학의 도덕 이론에 대한 체험주의적 해명은 실학을 단순히 ‘공리공론에서 벗어나 실생활의 유익함을 목적으로 한 학문’으로만 부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복합적 모습의 실학을 ‘성리학적 지반과 자연주의적 진화의 이중성을 지닌 조선후기 유학’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유학의 쇠퇴와 생명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그 누구도 초월의 존재 ‘리’ ‘상제’ ‘운화기’를 도덕적 근거로 상정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유학의 쇠퇴는 분명 규범화된 초월적 존재의 쇠퇴와 깊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월적 존재의 포기는 현재적으로 유효한 유학적 가치까지 배척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실학자들이 벗어던지지 못했던 형이상학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은 실학자들이 성취했던 자연주의적 사유방식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경험적으로 책임 있는 철학’으로서의 유학을 부활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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