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선시대 야담을 대표하는『청구야담』의 동화적 성격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를 통해서 야담의 동화적 가치를 밝히고, 야담을 동화적으로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
이 논문은 조선시대 야담을 대표하는『청구야담』의 동화적 성격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를 통해서 야담의 동화적 가치를 밝히고, 야담을 동화적으로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야담의 동화적 확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이후에 탄생한 동화는 균질의 집단으로서의 아동이라는 근대적 발견을 근거로 만들어진 장르이며, 동화는 성인의 이념에 의해 구성된 아동을 위한 이상적 서사로 볼 수 있다. 균질의 아동 및 미성숙 존재로서 어른의 검열과 감시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일반적 가설은 아동과 아동기에 대한 사회적 이데올리기의 한 부분이며, 아동 개개인이 지닌 각기 다른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허구화된 이념이다. 따라서 본고는 아동을 미성숙 독자가 아닌 자신의 경험의 양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성숙한 독자로 재정의하였다.
동화에 관련된 규범은 문학의 개방적 예술성과는 달리 매우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성향이 강했다. 이에 본고에서는 즐거움이라는 문학적 유희에 근거하여 동화성을 ‘지적 혹은 인식적 유희성’, ‘특성적 유희성’, ‘실제적 유희성’으로 새롭게 규정하여 사용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동화에서 서사의 확장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유용한 규범으로서, 텍스트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동화는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야담의 이야기 구분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청구야담』을 환상과 현실을 상위분류항으로, 인물, 사건, 배경을 하위분류항으로 설정하여 분류하였다.
환상 중심의 야담은 신비롭고 낯선 문학 체험을 경험한다는 점과 신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우리 고유의 이야기 문화를 맛본다는 점에서 동화적 가치를 지닌다. 야담에 등장하는 환상적 인물은 다양한 개성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재미와 흥미를 야기하는 캐릭터로 기능하고, 서사를 다채롭고 폭넓게 만드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야담의 환상적 시공간은 비현실계 존재와 현실계 존재의 조우, 비현실계 존재의 현실 개입, 현실계 인물이 비현실계로 진입하는 등 동화적 이야기의 환상성을 가중시킨다. 환상적 사건은 현실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서사전개가 복잡하고 다채로우며 재미있다.
현실 중심의 야담은 조선 후기의 문화를 경험하고 당대인의 생생한 삶을 엿보며, 조상의 의식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화적 가치를 지닌다. 이는 문학을 통해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고, 다양한 유형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현실 중심의 인물들은 당대의 삶과 문화를 미시적 차원에서 섬세하게 보여주고, 야담은 이러한 인물들의 진실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간적 차원에서 야담은 역사 맥락과 현실 맥락으로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는데,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나 당대의 현실을 배경으로 전개된 야담은 시대적 특성에 기인한 인물들의 진솔한 인생과 사회 변화를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야담은 현대적 측면에서 볼 때도 의미 있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는 다양한 장면을 중심으로 흥미 있게 전개된다.
본고는 동화의 서사원리를 세 가지로 나누어 야담의 서사원리와 비교하였다. 서사원리로는 ‘대립의 원리’, ‘반복의 원리’, ‘회귀의 원리’ 등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동화에서 서사원리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서사전개나 줄거리 및 문제 파악을 도우며, 안정적 결말 구조를 통해 아동에게 심리적 만족을 주는 등 의미 있는 원리로 기능한다. 야담에서도 이러한 서사원리가 자주 발견되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의미 있게 작용한다.
이처럼 환상과 현실을 기반으로 인물, 배경, 사건에 초점을 둔 인물형상화, 장면전개, 역사성과 현실성, 서사원리 등의 여러 측면에서, 야담은 동화가 보여줄 수 있는 서사적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인물은 다양한 캐릭터로 다채로운 사건 속에서 형상화되고, 장면전개에서는 환상적 세계의 현실화 및 역사적·현실적 맥락에서의 인간의 대응방식이 매우 훌륭하게 재현되고 있다. 서사원리에서는 동화에서 지향하는 이야기 형식을 발견할 수 있고, 그 기능 또한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런 면으로 볼 때 야담은 풍부한 동화적 가치를 지니며, 동화로 재해석될 수 있는 근거를 지니고 있다.
야담은 우리 고유의 이야기를 비교적 원형적으로 담고 있으며, 당대의 특수한 역사 상황, 문학 현상, 사유 방식 등이 농축되어 있다. 특히 본고에서 살펴본 바로는 야담은 풍부한 동화적 가치를 지닌 보물창고이다. 이런 점에서 야담은 근대적 동화의 엄격한 편견을 벗어나 새롭게 자리매김 될 수 있고, 동화의 서사 확장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