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경
    2018
    이화어문논집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역사인물인 신사임당(申師任堂)을 소재로 하여, 여성 작가가 여성 시청자를 위해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율곡 이이가 자신의 어머니 사임당에 대해 쓴 <선비행장(先妣行狀)>과 비교해보면, 드라마 작가는 사임당을 대상으로 하여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남성과는 다른 여성적 상상력과 가치관이 구현되었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은밀한 소원이 투영된 것이다. 이로 인해서 지금까지 ‘현모양처(賢母良妻)’의 대표자로 알려졌던 사임당이 여성미를 갖춘 아름다운 여성으로 표현되고, 그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연인으로 설정되었다. 이는 여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은 훌륭한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연인의 모습을 갖출 수 있으며, 여성들은 이 둘을 별개가 아닌 하나로 통합되길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과거 일반 남성들이 여성을 이분적으로 분류하여 그 특성을 나눈 것에 배척되는 것이다. 또한 사임당은 『내훈(內訓)』이나 『여사서(女四書)』 등과 같은 각종 여성규범서에서 여성을 향해 거듭 강조하고 있는 ‘효심(孝心)’으로 눈물짓기보다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21세기의 가치관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속의 주인공 사임당은 ‘남녀유별’(男女有別)의 윤리에 구애되어 집안에서만 머물고 있지 않고, 끊임없이 바깥세상을 향해 나가는 여성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집 바깥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있다…